[리니지 클래식 소설] 경험치 10배 기사 1화 | 귀환 주문서는 한 장뿐
경험치 10배 기사 1화 — 귀환 주문서는 한 장뿐
혈맹에게 미끼로 버려지고 판금 갑옷까지 압류당한 기사 레인. 12 아데나로 다시 시작한 고블린 사냥에서,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.
1. 계획표엔 다섯 마리라며
말하는 섬 던전 2층. 아덴 대륙에서 제일 만만한 던전이라고들 한다. 이끼 낀 돌벽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뼛조각, 그리고 횃불 몇 개가 전부인 곳. 초보 모험가들이 처음으로 "던전"이라는 걸 구경하러 오는 곳이었다.
레인: "만만하긴. 오늘도 내가 앞에서 다 막아주지."
은빛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장검을 어깨에 척 걸치고 웃었다. 파란 테두리가 둘러진 판금이 횃불을 받아 번쩍였다.
레인: "철늑대 혈맹의 방패, 레인 님이시다!"
그는 엄지로 제 가슴을 가리키며 뿌듯하게 말했다.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.
피나: "방패님~ 앞에 해골 스무 마리요~"
뒤에서 장부를 든 여자가 노래하듯 말했다. 청록색 머리를 짧게 양 갈래로 묶은 철늑대 혈맹의 총무, 피나였다. 그녀는 깃펜으로 던전 안쪽을 가리키며 윙크했다.
피나: "뒤에 돌 골렘도 한 마리 추가요~"
레인: "스무 마리?!"
레인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.
레인: "계획표엔 다섯 마리라며!"
바르크: "하하, 계획은 바뀌라고 있는 거다."
혈맹의 군주 바르크가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. 늑대 가죽 망토에 금목걸이, 민머리에 회색 수염. 웃는 얼굴인데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사내였다. 그는 레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.
바르크: "레인, 넌 탱커잖아? 믿는다."
대답할 틈도 없었다. 던전 안쪽에서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. 녹슨 창을 든 해골창병, 활시위를 당기는 해골궁수, 그리고 그 뒤에서 바위 덩어리 같은 돌 골렘이 쿵, 쿵, 바닥을 울리며 걸어 나왔다.
레인: "크윽!"
레인은 이를 악물고 창끝을 쳐냈다. 하나, 둘, 셋. 불꽃이 튀었다.
레인: "크윽… 힐 좀 줘… 아니면 빨간 물약이라도…"
피나: "빨간 물약은 혈맹 공용 재고라서요~"
피나는 등 뒤의 난장판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장부를 넘겼다. 그리고 주판알을 탁, 탁 튕겼다.
피나: "레인 님, 이번 달 개인 사용량 초과예요~"
레인: "지금 장부 볼 때야?!"
레인이 돌아보며 고함을 질렀다.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.
2. 귀환 주문서는 한 장뿐
그때였다. 바르크가 품에서 누런 두루마리 한 장을 꺼냈다. 붉은 밀랍으로 봉인된, 너무나 익숙한 물건. 귀환 주문서였다.
바르크: "자, 다들 모여라. 귀환한다."
혈맹원들이 우르르 바르크 곁으로 몰려들었다. 레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.
레인: "역시 군주님, 나도 같이 가요. 잠깐만요."
펑.
푸른 빛이 번쩍하더니, 바르크도, 피나도, 혈맹원들도 한꺼번에 사라졌다.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던 레인만 텅 빈 허공 앞에 남았다.
레인: "어? 뭐야? 나만 빼고 다들 귀환한 거야?"
레인은 멍하니 서 있다가, 허겁지겁 허리춤의 주머니를 뒤졌다. 오른쪽, 왼쪽, 뒤쪽. 없었다.
레인: "잠깐만. 나 귀환 주문서 없는데?"
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. 그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천장을 향해 울부짖었다.
레인: "바르크! 이 녀석… 이거 너무하잖아…"
대답은 없었다. 대신 해골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. 해골에게 표정 같은 게 있을 리 없었지만, 분명히 비웃고 있었다.
3. 12 아데나
레인: "좋아, 침착하자."
레인은 무릎을 꿇고 가진 것을 바닥에 늘어놓았다. 빨간 물약 세 병. 초록 물약은 없음. 귀환 주문서도 없음. 그리고 아데나는….
레인: "…열두 개."
손바닥 위에서 금화 열두 닢이 초라하게 반짝였다.
레인: "12 아데나로 뭘 하라는 거야."
그래도 칠 년 동안 맨 앞에서 맞아온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. 레인은 천천히 일어나 검을 고쳐 잡았다. 좁은 통로로 해골들을 몰아넣고, 하나씩, 정확하게 베어 넘겼다. 뼈가 사방으로 흩어졌다.
문제는 돌 골렘이었다. 바위 주먹이 레인이 서 있던 자리를 박살 냈다.
레인: "어휴… 잠깐, 넌 레벨이 안 맞잖아!"
레인은 기겁하며 몸을 날렸다.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댄 채 빨간 물약 한 병을 들이켰다.
레인: "으… 빨간 물약은 백 년이 지나도 맛이 없어."
몇 시간 뒤. 너덜너덜해진 기사 하나가 던전 입구를 기어 나와, 햇살 가득한 풀밭에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.
4. 혈맹 추방, 그리고 압류
말하는 섬 마을. 모든 모험가가 처음 눈을 뜨는 곳이자, 망한 모험가가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곳.
피나: "어머~ 살아 오셨네요?"
광장에서 레인을 맞이한 건 피나였다. 그녀는 입을 가리며 과장되게 놀라는 척을 하더니, 종이 한 장을 팔랑팔랑 흔들었다.
피나: "근데 어쩌죠. 레인 님, 방금 혈맹에서 추방됐어요~"
레인: "추방? 날 버리고 간 건 너희잖아!"
피나: "사유는 전투 중 무단 이탈이요~"
피나는 지루하다는 듯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. 그리고 주판을 탁 튕기며 레인의 갑옷을 가리켰다.
피나: "그리고 그 판금 갑옷, 혈맹 공용 장비라 반납하셔야 돼요~"
레인은 반사적으로 자기 가슴팍을 끌어안았다.
레인: "이거 내가 +5까지 강화한 거라고! 주문서 값도 내가 냈잖아!"
피나: "장부엔 혈맹 자산으로 올라가 있네요~"
피나가 장부 한 페이지를 들어 보이며 고양이처럼 웃었다.
피나: "벗으세요~"
10분 뒤. 말하는 섬 광장에는 누비옷 한 벌만 걸친 기사가 서 있었다. 찬 바람에 낙엽이 굴러갔고, 지나가던 초보 모험가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킥킥댔다.
레인: "…춥네."
5. 잡화상의 일감
잡화상: "어서 오시게! 빨간 물약, 초록 물약, 귀환 주문서까지 다 있다네!"
잡화상 주인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반겼다. 선반마다 색색의 물약병과 두루마리가 빼곡했다. 레인은 카운터에 동전을 내려놓았다.
레인: "12 아데나로 살 수 있는 건?"
잡화상의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. 이마에 땀 한 방울이 맺혔다.
잡화상: "허허, 12 아데나뿐인가? 구경이나 하다 가시게. 구경은 공짜일세."
그러다 잡화상이 손가락을 탁 튕겼다.
잡화상: "아, 대신 일감이 하나 있지! 필드 고블린 놈들이 우리 창고를 털어간다네. 잡아주면 100 아데나를 자네에게 주겠네!"
레인의 눈이 반짝였다.
레인: "좋아요, 제가 당장 그 고블린 잡아오겠습니다!"
6. 경험치가 이상하다
말하는 섬 필드. 고블린 다섯 마리가 잡화상 창고에서 훔친 물약을 나눠 마시며 낄낄대고 있었다.
레인: "그거 내 100 아데나다, 이놈들아!"
덤불 속에서 누비옷 차림의 기사가 검을 치켜들고 튀어나왔다. 갑옷은 없었지만, 검술은 그대로였다. 레인이 한 바퀴 돌며 검을 휘두르자 고블린들이 우스꽝스럽게 사방으로 날아갔다.
마지막 고블린이 쓰러지자, 금빛 경험치가 레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. 그런데, 양이 이상했다. 반딧불 몇 마리 정도여야 할 빛이 강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.
번쩍. 번쩍. 번쩍.
레인: "어? 어어? 레벨업… 또 레벨업?!"
레인은 손가락 세 개를 펴 든 채 굳어버렸다.
레인: "고블린 5마리에 3번이나 레벨업을?!"
금빛 가루가 천천히 가라앉았다. 레인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.
레인: "이거 뭔가 잘못됐는데…"
그리고 씩 웃었다.
레인: "아주 좋은 쪽으로 말이야."
에필로그
같은 시각, 어느 주점.
바르크: "레인이 살아 돌아왔다고?"
바르크가 술잔을 든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. 맞은편의 피나는 탁자 위에 쌓인 은빛 판금 갑옷을 흐뭇하게 토닥였다.
피나: "네~ 갑옷은 벗겨 왔어요~"
바르크: "하하하! 그럼 됐다. 누비옷 입은 기사가 뭘 하겠어."
바르크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.
그는 아직 몰랐다. 그 누비옷 기사가, 아덴 대륙에서 가장 빨리 강해질 남자라는 것을.
— 다음 화, 「쪼렙의 역습」
등장인물
- 레인 — 시즌1 주인공. 혈맹에게 미끼로 버려진 기사. 경험치가 남들의 10배로 들어오는 체질.
- 피나 — 철늑대 혈맹의 총무. 바르크의 오른팔이자 잔소리꾼.
- 바르크 — 철늑대 혈맹의 군주. 아데나라면 혈맹원도 판다.
- 잡화상 — 말하는 섬 마을 잡화상 주인. 외상은 절대 없다.
이 화에 나온 몬스터·아이템
- 몬스터 · 해골
- 몬스터 · 돌 골렘
- 몬스터 · 해골창병
- 몬스터 · 해골궁수
- 몬스터 · 고블린
- 아이템 · 판금 갑옷
- 아이템 · 빨간 물약
- 아이템 · 귀환 주문서
- 아이템 · 초록 물약
작가 노트
귀환 주문서 한 장 없어서 던전에 남겨진 경험, 리니지 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 있으시죠? 1화에 나온 말하는 섬 던전과 필드, 해골과 돌 골렘, 고블린은 모두 초보 시절 실제로 만나는 곳과 몬스터들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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